스페인 북부의 작은 마을 카스트리요 데 무르시아(Castrillo de Murcia)에서는 매년 6월,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독특한 전통 의식이 열립니다. 그 이름은 엘 콜라초(El Colacho). 이 축제는 예수 성체 축일과 함께 열리며, 악마 복장을 한 남성이 길에 누워 있는 신생아들 위를 뛰어넘는 의식으로 유명합니다. 처음 듣는 이에게는 위험하거나 비이성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 행위는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닌 정화와 보호, 세례와 악의 추방이라는 복합적 종교 상징이 얽힌 의례입니다. 축제는 중세 스페인의 가톨릭 신앙과 이교적 민속신앙이 결합된 결과물이며, 특히 지역 공동체의 신념 체계와 유대감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냅니다. 엘 콜라초는 단지 기이한 전통이 아니라, 사람들이 세대를 잇고 집단 기억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엘 콜라초 축제는 ‘산티시모 사크라멘토’(성체)를 기념하는 가톨릭 주간에 진행되며, 그중 하이라이트는 일요일에 열립니다. 축제의 핵심은 붉고 노란 복장을 한 ‘콜라초’가, 길에 가지런히 누운 신생아들 위를 가로질러 도약하는 장면입니다. 이 콜라초는 악을 상징하며, 그가 아이 위를 넘는 행위는 아이에게 깃들었을지 모를 죄와 불운, 질병 등의 기운을 걷어내는 주술적 정화 의례로 해석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축제가 교회와 공동체 간 긴장 없이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가톨릭과 지역 민속 사이의 상호 수용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이 전통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매년 수십 명의 신생아가 이 의식에 참여합니다. 도약은 단 한 번, 정확하게 시행되며, 준비와 안전은 지역 전체의 공동 노력으로 이루어집니다. 단순한 전통이 아닌, 의례 그 자체로 기능하는 민속 퍼포먼스인 셈이랄까요?
축제에서 악마는 단지 부정적 존재가 아닙니다. 콜라초는 광장을 뛰어다니며 채찍을 휘두르고 장난을 치며 사람들을 놀라게 합니다. 이는 악의 위협을 ‘희극적으로 재현’하는 전통적 방식이며, 사람들은 그 안에서 공포를 통제하고 웃음으로 극복하는 집단적 카타르시스를 경험합니다. 악마를 놀리거나 추격하는 사람들, 웃고 도망치는 아이들의 모습은 공포와 놀이가 공존하는 의례적 구조를 만듭니다. 또한 축제 기간 중 진행되는 거리 행진, 생음악 공연, 지역 특산물 시식 등은 마을 전체가 하나의 신화적 공간으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엘 콜라초는 단순한 종교 행사가 아니라, 불안과 희망, 악과 정화가 공존하는 인간 내면의 구조를 드러내는 상징의 장입니다. 이 축제는 민속적 전승과 심리적 정화, 종교와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독특한 모델을 제시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엘 콜라초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를 갖고 있습니다. 위험성이나 비과학성, 아동 보호 관점에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마을 주민들과 참가자들은 이 전통이 오히려 공동체의 사랑과 축복을 시각화한 상징적 표현이라 말합니다. 지역 당국은 축제의 안전을 강화하고, 대중을 위한 설명 자료와 체험 부스를 운영함으로써 외부인의 이해를 돕습니다. 이로 인해 축제는 점점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국가 차원의 문화유산 등재 움직임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엘 콜라초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신생아를 향한 집단적 기원의 시각화이며, 각 가정이 자신들의 아이를 공동체와 신 앞에 올리는 상징적 헌정 의식이기도 합니다. 이 의식은 생명에 대한 존중과 악에 대한 의지를 함께 담고 있으며, 오늘날까지 의례적 도약으로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징적 문화 콘텐츠로 살아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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